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이 9,900원으로 표시된 제품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불과 100원 차이지만, 10,000원보다 훨씬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숫자가 바뀌는 순간, 그 느낌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심리적 가격(Psychological Pricing)’의 힘입니다. 그럼 아래 글에서 왜 이런 착시가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왜 9,900원이 더 싸게 느껴질까?
인간의 뇌는 숫자를 볼 때 ‘전체’를 인식하기보다, 왼쪽 숫자(첫자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왼쪽 숫자 효과(Left-Digit Effect)’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어 9,900원과 10,000원을 비교하면 실제 차이는 100원에 불과하지만, 우리 뇌는 ‘9’로 시작하는 가격을 자동으로 ‘9천 원대’로 분류합니다. 그래서 10,000원보다 훨씬 싸게 느껴지는 착각이 생기는 거죠.
실제로 하버드대와 시카고대의 소비심리 연구에 따르면, 가격이 ‘9’로 끝나는 제품은 동일한 상품보다 최대 24% 더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단지 숫자 하나 바꾼 것만으로 소비자의 판단과 구매 행동이 달라진 겁니다.
2. “9,900원 효과”는 어디에나 있다
이런 심리적 가격은 단순한 할인 마케팅을 넘어, 거의 모든 유통 구조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 패스트푸드 세트 5,900원 - 커피 4,900원 - 스마트폰 액세서리 9,900원 - 심지어 항공권 99,000원 등 ‘끝자리가 9로 끝나는 가격’은 소비자의 눈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런 가격은 실제로 ‘싸다’는 느낌뿐 아니라, 구매 결정을 빠르게 유도합니다. 사람들은 합리적 계산보다 감정 기반의 인지로 소비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3. 왜 기업은 끝자리 9를 고집할까?
기업 입장에서 10,000원보다 9,900원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째, 고객의 지각된 가치(perceived value)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할인 중’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죠. 9,900원은 10,000원보다 훨씬 ‘심리적으로 저렴’ 해 보이면서도, 실제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온라인몰 등 대부분의 판매자가 ‘9’로 끝나는 가격을 선호합니다.
또한 ‘0’으로 끝나는 가격은 완결감이 있어 고급 제품,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반대로 ‘9’로 끝나는 가격은 ‘실용적·합리적·가성비’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두 가격대 전략을 ‘가격 포지셔닝 전략(Price Positioning)’이라고 합니다.
4. 심리적 가격이 만드는 소비의 착각
문제는 이런 가격 구조가 소비자의 지출 감각을 둔화시킨다는 점입니다.
9,900원짜리 제품을 여러 번 사다 보면 ‘10,000원이 아니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쌓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 100원 차이가 쌓여 한 달 뒤엔 수만 원이 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는 ‘작은 절약’을 했다고 느끼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반복 구매 유도 효과’를 얻습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에서는 ‘가격을 낮추기보다, 싸게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5. 2025년 소비심리, 가격보다 ‘느낌’이 더 중요하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인지된 합리성(perceived rationality)’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가격보다 ‘이 가격이면 괜찮다’는 감정적 기준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비교할 때 9,900원 vs 10,500원 두 제품이 있다면, 품질이 동일해도 9,900원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끼죠.
하지만 배송비 2,500원이 추가되면? 결국 더 비싸짐에도, 뇌는 여전히 ‘9,900원’이라는 숫자에 묶여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가격이 가진 ‘인지의 함정’입니다.
6. 현명한 소비를 위한 작은 팁
- ① 전체 비용으로 생각하기: 배송비, 포인트, 쿠폰 등을 포함한 실제 결제 금액을 계산하세요.
- ② 단위 가격 비교: 9,900원이라도 용량이 줄었다면 실질 단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 ③ 가격보다 필요성 우선: ‘싸다’보다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세요.
7.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심리다
9,900원과 10,000원, 단 100원의 차이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전혀 다르게 인식합니다.
기업은 이를 이용해 제품을 더 싸게 느끼게 만들고, 소비자는 그 작은 차이에 반복해서 지갑을 엽니다.
결국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심리의 언어입니다. 가격의 마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싸다’는 감정보다 ‘가치 있다’는 판단으로 소비해야 합니다. 현명한 소비의 출발점은, 그 100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됩니다.
다음번 쇼핑에서 9,900원을 볼 때, 잠시 멈춰 생각해 보세요. 정말 싸서 사는 걸까요, 아니면 ‘싸게 느껴져서’ 사는 걸까요?